싱가포르는 산재 예방 모범국으로 꼽힙니다. 2004년 10만 명당 4.9명이던 산재 사망률을 지난해 0.96명까지 낮췄습니다. 그 배경에는 2006년 시행된 WSH법(산업안전보건법)과, 발주처·시공사·근로자 모두에게 법적 의무를 부여한 '3중 안전 체계'가 있습니다.

1. 근로자도 벌금·징역 대상입니다

WSH법의 핵심은 근로자 처벌 조항입니다. 안전 수칙을 위반한 근로자에게는 약 580만원(5,000싱가포르달러)의 벌금이 부과되고, 사고로 이어지면 벌금이 약 3,500만원(3만 싱가포르달러)으로 뛰며 6개월 이하 징역형까지 선고될 수 있습니다. 과태료 수준에 그치는 한국과는 처벌 수위 자체가 다릅니다.

강력한 처벌은 오히려 근로자의 자발적 참여를 끌어냈습니다. 위험 요소를 발견하면 QR코드로 즉시 익명 제보할 수 있고, 신원은 관리자에게 공개되지 않습니다.

2. 스마트 기술로 현장을 촘촘히 관리합니다

책임을 근로자에게만 떠넘기지 않습니다. 중장비에는 근접 센서가 부착돼 작업자가 일정 거리 이내로 접근하면 즉각 경보가 울리고, 졸음이나 시선 이탈도 감지합니다. AI 이동식 CCTV는 헬멧 미착용자와 위험구역 접근자를 실시간으로 식별합니다. 2024년 6월부터는 500만 싱가포르달러 이상 건설 프로젝트에 CCTV 설치가 의무화됐습니다.

3. 안전을 '비용'이 아닌 '투자'로 만드는 인센티브

영국·독일·일본 등 주요국도 사후 처벌보다 예방과 자율 관리에 초점을 두는 추세입니다. 발주자·도급인의 책임을 강화하면서도, 처벌 일변도가 아닌 예방·인센티브 구조를 함께 설계한 점이 싱가포르 사례의 핵심입니다.

4. 발주기관이 눈여겨봐야 할 지점

국내 공공기관·발주기관도 수급업체 안전관리 평가 체계를 설계할 때 참고할 만합니다. 안전 우수 실적을 계약·평가에 반영하고, 처벌만이 아니라 단계적 시정 절차를 함께 갖추는 방향이 국제적인 추세입니다.

원문: 한국경제 「안전수칙 어기면 근로자도 처벌…싱가포르 산재사망 80% 줄었다」(2026.4.19, 양길성 기자)를 바탕으로 재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