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산업안전보건법(Occupational Safety and Health Act, 이하 OSH Act)은 1970년 12월 29일 제정된 연방법(공법 제91-596호, 미국법전 제29편제15장)으로, OSHA(산업안전보건청)와 NIOSH(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 그리고 OSHRC(산업안전보건심사위원회)라는 미국 산업안전 행정체계 전체의 근거가 되는 법입니다. 2019년 12월 20일 개정본을 기준으로 그 뼈대를 정리해봤습니다.

1. 왜 만들어졌나 — 의회의 정책 선언

OSH Act는 제651조에서 그 목적을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업무상 부상·질병이 생산성 손실과 임금 손실, 의료비 부담으로 이어져 주간통상(州間通商)에 지장을 준다는 인식에서 출발해, 사업주와 근로자 모두에게 안전하고 건강한 근로환경을 보장하는 것을 정책 목표로 선언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13개 세부 방안 중 하나로 "산업 안전 및 보건 문제 연구에 관련된 심리적 요인을 포함"하도록 명시했다는 것인데, 제정 당시부터 안전을 기술적 문제로만 보지 않았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2. 사업주·근로자의 의무 — 일반의무조항

제654조는 미국법에서 유명한 일반의무조항(General Duty Clause)을 담고 있습니다.

특정 기준이 없는 위험이라도 "알려진 위험"이라는 포괄적 문구로 사업주 책임을 걸 수 있다는 점이, 이 조항이 지금까지도 OSHA 집행의 핵심 도구로 쓰이는 이유입니다.

3. 기준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제655조는 기준 제정 절차를 세 갈래로 나눠 규정합니다.

또한 사업주가 기준을 그대로 준수하기 어려운 경우 변형 적용(variance)을 신청할 수 있는 절차도 마련해뒀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일률적 기준 적용이 아니라, 동등한 수준의 안전을 다른 방법으로 입증하면 예외를 인정하는 구조입니다.

4. 점검과 제재 — 사전 고지 없는 현장 점검

제657조는 OSHA가 사업주·소유자에게 문서를 제시하기만 하면 지체 없이 사업장에 출입해 점검할 수 있는 권한을 규정합니다. 특히 점검에 대한 사전 고지 자체가 형사처벌 대상(제666조제6항, 벌금 또는 6개월 이하 징역)이라는 점이 눈에 띕니다. 근로자나 근로자 대표가 위험을 신고해 특별점검을 요청할 수 있는 절차(제657조제6항)도 별도로 두고 있습니다.

민사제재금은 위반의 성격에 따라 차등화되어 있습니다(2019년 개정본 기준 금액이며, 실제로는 매년 물가연동으로 조정되므로 현재 정확한 금액은 OSHA 홈페이지에서 확인이 필요합니다).

· 고의·반복 위반 — 건당 최대 70,000달러(고의 위반은 최소 5,000달러)
· 중대(serious) 위반 — 건당 최대 7,000달러
· 시정 해태 — 해태가 계속되는 일수만큼 1일 최대 7,000달러
· 고의 위반으로 사망 초래 — 유죄 확정 시 벌금 또는 6개월 이하 징역(재범은 최대 1년)

5. 독립적인 심판기구, OSHRC

한국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시 노동청의 처분에 불복하면 행정심판·행정소송으로 가는 구조와 달리, 미국은 제661조에 따라 노동부(장관)와는 별개의 독립 준사법기구인 산업안전보건심사위원회(OSHRC)를 두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3인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사업주가 위반사실확인서에 이의를 제기하면 노동부의 집행 결정과는 독립적으로 위원회가 사실관계를 심리해 확정·변경·취소를 결정합니다. 집행기관과 심판기관을 분리해둔 구조라 할 수 있습니다.

6. 연방-주 이원 체계 — State Plan

제667조는 각 주가 연방 기준보다 못하지 않은 수준의 자체 산업안전보건 기준을 수립·시행하겠다고 계획(State Plan)을 제출하면, 노동부 장관 승인을 거쳐 해당 분야에서 연방 기준에 우선하는 관할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합니다. 다만 주 계획도 연방 기준과 최소한 동등한 효과성을 유지해야 하고, 장관은 최소 3년간 지속적으로 운영 실태를 평가할 권한을 가집니다. 연방 단일 기준이 아니라 연방-주 이원 구조를 법 제정 단계부터 설계해뒀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7. 집행기관과 연구기관의 분리 — NIOSH

제671조는 보건부(현 보건복지부) 산하에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NIOSH)을 별도로 설치하도록 규정합니다. 기준을 만들고 집행하는 노동부(OSHA)와, 독성물질 노출 기준 등을 연구해 권고안을 만드는 NIOSH를 처음부터 다른 부처 소속으로 분리해둔 것입니다. 척도(criteria) 개발은 연구기관이, 기준(standard) 제정과 집행은 행정기관이 맡는 역할 분담 구조라 할 수 있습니다.

8. 한국 제도와 비교해볼 지점

정리하고 보면 한국의 산업안전보건법·중대재해처벌법 체계와 닮은 점도, 다른 점도 뚜렷합니다. 사업주·근로자 양자의 의무를 명시한 구조나 위험성평가에 준하는 기준 준수 의무는 유사하지만, ① 집행기관(OSHA)과 심판기관(OSHRC)의 분리, ② 연방-주 이원적 관할 구조, ③ 연구기관(NIOSH)과 행정기관의 부처 분리는 한국 체계에 없는 설계입니다. 특히 사전 고지 없는 점검 원칙과 이를 위반한 관계자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은, 점검의 실효성을 법 자체로 담보하려 한 대목으로 참고할 만합니다.

자료: 법제처·한국법령정보원 「산업안전보건법(미국, 1970년 제정·2019.12.20. 개정)」 번역본을 바탕으로 재구성